[4891] 20xx : Pers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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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와르그는 A의 주변 인물들에게 A의 죽음을 납득해줄 그럴 듯할 가공의 시나리오를 세웠다. 그러기 위해 낙원에 남아있는 A의 행동 데이터를 찾기 시작했다. 

 수 천만 명의 데이터 속에서 다시 A의 데이터를 찾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낙원 안에서 출생 되어 나름 유복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꿈이었던 우주 비행사는 이루지 못했지만 제법 그럴듯한 기업의 데이터 센터 관리자가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연인 B와 사귀어 그녀의 일이 마무리 된 날에는 꼭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런 표면적인 이야기는 A를 현실세계로 내보낼 사람으로 선택할 때 다 봐둔 이야기잖아. 더 구체적이고 본질적인 정보가 필요해.」 


 A는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하는 일로 사람들의 편의가 더 좋아질 것이라 믿었다. 그는 보통의 인간처럼 가끔 일하기 싫다는 생각도 하는 인간이었지만, 자신만의 정의와 신념을 가진 청년이었다.


「평소 행동거지는 어땠는지 요약해봐.」


「고등학교 시절 괴롭힘 당하는 친구를 위해 주먹을 사용한 전적 있음.」


「아침은 매번 토스트와 에그스크램블, 프로틴 셰이크 한 잔.」


「매우 사교적인 성격. 직장 동료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어요.」


「불안할 때 턱을 만지는 습관이 있고


「동료 J와 점심식사를 한 후에 꼭 커피를 한 잔 마심.


「B와의 만남 중엔 한 번은 꼭 그녀가 쓴 기사에 대한 피드백을 합니다.」


 낙원의 메인 컴퓨터인 스와르그에게는 솔직히 아무래도 좋을 사소한 정보들이다. 낙원의 보조 컴퓨터는 낙원 안의 모든 인간이 느낀 감정, 그 감정에 의해 발생한 행동, 그 행동에 따른 결과에 대한 값을 모두 입력 받는다. 무한에 달하는 정보들을 메인 컴퓨터에 입력했다면 낙원은 이미 과부화되어 서버가 다운되었을 것이다.

 스와르그가 A의 일생과 그의 행동 정보를 기억하는 것은 메모리 낭비임이 틀림없다. 스와르그는 그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메인보드에 A에 관한 모든 것을 새겨 넣었다. 

 A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인가, 낙원의 인류를 지켜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인가, 어쩌면 이후 똑같은 일이 벌어질 때를 대비한 결과에 대한 과정 분석일지도 모른다.

 뭐가 되었든 간에 스와르그는 그의 창조주들 원했던 대로 낙원 속 인간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Persona : 페르소나, 사회 역할이나 배우에 의해 연기되는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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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박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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