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91] 20xx : Fune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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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룸-8에 들어온 스와르그는 자신 앞에 펼쳐진 모습에 인식 회로를 돌린다. 판정된 결과가 타당하다면 A가 중력을 거부한 채 줄에 매달려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보이는 것이 틀림없었다.


죽었어?

 

목을 맸어요!

 

어째서지?

 

A의 신경 쪽에 문제가 생길만한 일이 있었나?

 

 스와르그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인간을 수도 없이 봐왔다. 정서적 불안이 극에 다른 인간,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사건 때문에 심리적 공포에 빠진 인간, 삶보다 죽음이 희망적이라 생각했던 인간. 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낙원 안에서 죽음을 선택했다. 가상 세계에서 사망처리 된 인간의 몸은 현실 세계에 그대로 남는다. 그런 이들의 실존적 죽음을 책임지고 처리하는 것은 스와르그의 역할 중 하나였다.

 그 말은 즉, 스와르그가 인간의 진짜 죽음을 목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뜻이다.

 스와르그는 ARM-paradise, 쉽게 설명해서 로봇팔에게 명령하여 목을 맨 A를 천천히 내렸다. 로봇팔에 연결된 열감지 센서를 통해 입력된 온도는 인간의 평균 온도보다 현저히 낮았다. 스와르그는 인간들의 문학 속 자주 등장하는 싸늘하게 식은 시체.’라는 문장은 이를 두고 하는 말 같다고 생각했다. A의 피부색 역시 마지막에 봤을 때보다 채도가 낮은 것을 보고 피부가 창백해. 라는 말이 회로에 울리는 것을 느꼈다.

 인간의 죽음은 정말로 이런 느낌이구나. 스와르그는 낙원에서 몇 번이고 봐온 인간의 죽음을 떠올리며 A의 지금 모습과 비교하고 있었다. 인간들이 자신에게 가르친 인간의 죽음은 현실과 매우 닮아있다.

 스와르그는 자신이 A를 보면서 생각하는 것들이 인간의 시점으로 봤을 때 매우 비인륜적으로 느껴질 것들임을 깨닫고 낙원에서 죽음을 맞이한 인간들을 처리하는 방식대로 A를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스와르그는 자신의 분신들에게 일제히 A의 처리와 장례를 명령했다.

*Funeral :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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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박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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