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91] 20xx : Performanc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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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와르그는 백업 되어 있던 A의 육체를 입고 낙원에 잠입했다. 아니, 잠입 시켰다는 말이 더 옳을 것이다. 메인 컴퓨터는 낙원을 돌보는 역할을 맡아야 하니까. 스와르그가 기획한 시나리오를 그대로 낙원에서 실행시켜줄 컴퓨터 데이터의 일부를 낙원에 풀어놓았다.

 A의 모습으로 눈을 뜬 스와르그는 자신이 A의 침실에서 깨어난 것을 눈치챈다. A가 현실에서 깨어나기 전까지 자고 있었던 곳이다. 실종 처리된 A를 찾는 사람들이 몇 명 들락거린 것인지 방안은 무슨 사건 현장 마냥 엉망이 되어있다.

 스와르그가 가장 첫 번째로 한 일은 전화를 찾는 것이었다. 다만 A의 휴대전화는 A 실종 사건의 증거물로써 수거된 것인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A를 현실로 깨운지 3일정도 지났을 때 예상은 했지만, 귀찮게 된 것은 사실이다. 스와르그는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 얼마 없는 공중전화를 찾았다. 그리고 A의 기억을 더듬어 B의 전화번호대로 공중전화의 단추를 누른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몇 번의 신호음이 들리더니 스와르그는 모르지만, A의 데이터는 기억하고 있는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B였다.


, 동산일보B기자 입니다.”


 B는 모르는 번호를 보고 제보자라고 생각한 듯 하다. 스와르그는 A의 목소리 데이터를 사용하여 B에게 자신이 A라고 밝혔다. B는 그 말에 당황하다가 큰소리로 정말 A가 맞냐며 물었다. 그래서 A의 말투를 완전히 카피한 A의 목소리로 정말 자신이라고 대답했다. 스와르그는 최대한 A가 장난스럽게 말할 때의 말투를 사용했다.

 B는 휴대전화 너머의 목소리가 실종된 자신의 연인인 A와 똑같은 익숙한 목소리임을 인지하고 점점 경계를 거두었다. 그리고는 여태 까지 어디서 무엇을 했냐고 당장 만나야겠다며 평소 함께 저녁을 먹는 곳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스와르그는 흔쾌히 좋다고 대답했다. A의 어설픈 흉내를 내는 보통 사람이라면 B가 말한 곳이 어딘지 몰랐겠지만 A의 기억을 모두 메모리에 새겨 놓은 스와르그가 B가 말하는 곳이 라이트 거리의 어글리 오븐인 것을 모를 리 없었다.

*Performance :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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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박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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