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91] 20xx : 현실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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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번이고 자해를 시도해봤지만, AI에게 모두 저지당했다. 목 놓아 울어도 보고 폐인처럼 몇 시간이고 누워서 소리를 질러도 봤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내 목소리의 메아리 뿐이다. AI는 그런 나를 지켜보기만 하였다. 자해하는 것 만은 순식간에 막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는 것을 질책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나는 무모하게 계속 악을 질러 댔던 것이 피곤했는지, 잠에 들었고 다시 일어나보니 여전히 기계의 빛으로 이루어진 천장이 보였다.

 

악몽이면 제발 빨리 깨어나면 좋을 텐데.”

 

꿈이 아니라고 계속 말해드렸잖습니까.

 

 눈의 모습을 한 AI는 둥둥 떠다니며 나에게 다가왔다. 왜 하필 눈의 모습일까. 꼭 어떤 고전 디스토피아 명작 소설의 표지가 떠오르는 모습이다.

 

“...가상 세계란 건 대체 뭐지?”

 

당신이 오래전부터 살아온 곳이자 오래전 인류가 기획한 프로젝트입니다.

 

 가상 세계. 지금까지도 와 닿지 않는 단어다. 분명 나는 내 삶을 살았고 모두가 그런 것처럼 보였다. 하늘도, 식물도, 동물도 어색한 모습 같은 건 전혀 없었다. 현대 인류의 기술력이 그 정도라고? 그런 대단한 기술력으로 하는 것이 사람의 일생을 속이는 것이라니.

 

난 이 건물에서 나갈 수 있어?”

 

「 우리는 낙원의 출구 위치를 모릅니다.

 

나갈 수는 있단 거네?”


나가지 않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왜?”

 

 낙원을 나가려고 했던 인간의 최후 만큼은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AI의 그 한마디에 나는 이 공간에 정의를 내렸다. 여긴 감옥이다. 우리의 조상이 만들어 낸 신 개념 감옥. 저 말의 뜻은 나가려고 하는 순간 죽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우리들은 평생 여기서 살고 죽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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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박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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