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고 자해를 시도해봤지만, AI에게 모두 저지당했다. 목 놓아 울어도 보고 폐인처럼 몇 시간이고 누워서 소리를 질러도 봤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내 목소리의 메아리 뿐이다. AI는 그런 나를 지켜보기만 하였다. 자해하는 것 만은 순식간에 막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는 것을 질책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나는 무모하게 계속 악을 질러 댔던 것이 피곤했는지, 잠에 들었고 다시 일어나보니 여전히 기계의 빛으로 이루어진 천장이 보였다.
“악몽이면 제발 빨리 깨어나면 좋을 텐데.”
「 꿈이 아니라고 계속 말해드렸잖습니까. 」
눈의 모습을 한 AI는 둥둥 떠다니며 나에게 다가왔다. 왜 하필 눈의 모습일까. 꼭 어떤 고전 디스토피아 명작 소설의 표지가 떠오르는 모습이다.
“...가상 세계란 건 대체 뭐지?”
「 당신이 오래전부터 살아온 곳이자 오래전 인류가 기획한 프로젝트입니다. 」
가상 세계. 지금까지도 와 닿지 않는 단어다. 분명 나는 내 삶을 살았고 모두가 그런 것처럼 보였다. 하늘도, 식물도, 동물도 어색한 모습 같은 건 전혀 없었다. 현대 인류의 기술력이 그 정도라고? 그런 대단한 기술력으로 하는 것이 사람의 일생을 속이는 것이라니.
“난 이 건물에서 나갈 수 있어?”
「 우리는 낙원의 출구 위치를 모릅니다. 」
“나갈 수는 있단 거네?”
「 나가지 않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
“왜지?”
「 낙원을 나가려고 했던 인간의 최후 만큼은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AI의 그 한마디에 나는 이 공간에 정의를 내렸다. 여긴 감옥이다. 우리의 조상이 만들어 낸 신 개념 감옥. 저 말의 뜻은 나가려고 하는 순간 죽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우리들은 평생 여기서 살고 죽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라는 것이다.
(스토리텔러 : 박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