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91] 20xx : 현실세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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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지...?”

 

 분명 방금까지 나는 내 집에서 불이 켜질 리 없는 TV 앞에서 그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눈을 떠보니 암흑만이 가득했다. 내가 눈을 감은 사이 정전이라도 일어난 건가? 아냐 정전이라 해도 이 정도로 어두울 리가.

 나는 벽을 짚고자 손을 조금씩 앞으로 내밀었다. 그런데 손은 얼마 못 가 바로 벽에 닿았다. 이상하다 브라운관에서 벽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는데.

 

 다시 양쪽으로 손을 뻗는다. 똑같이 얼마 안 되어서 손이 벽에 닿았다. 마치 작은 상자 안에 갇힌 것처럼.

 등에 부드러운 천 느낌이 느껴지자 그제야 내가 작은 상자 같은 것에 누워있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곳에 갇혔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등골에 소름이 돋았고 주먹과 발로 벽면을 마구잡이로 쳤다.

 

저기요!! 아무도 없어요?! 여기서 꺼내줘요!! B!! 어딨어!! B!!!!”

 

 제발 누군가가 나를 꺼내주길 바라며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마트에 가서 없을 연인 B의 이름을 불러댔다. 벽을 치는 주먹과 발에서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하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몸이 가볍다.

뭔가, 뭔가가 다르다.

 

위화감을 느껴 몸부림이 서서히 줄어들 때쯤, 바닥에서 빛이 새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르

      륵

 

 마치 거대한 서랍이 열리는 소리, 여전히 어둡지만 마치 은하수처럼 깜빡거리는 빛으로 가득한 천장. 소독약과 기름이 뒤섞인 것 같은 냄새. 나는 갑작스러운 빛에 눈을 찡그렸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어서오세요 A, 낙원의 밖 현실 세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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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박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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