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눈앞에 나타난 둥둥 떠다니는 눈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내 반응에 놀란 듯 그 눈은 나에게서 떨어졌다.
「 미안합니다. 놀라게 해드릴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
그리고 그 눈은 다시 한 번 방금 말했던 것과 똑같은 것을 말했다. 「 다시 한 번, 어서 오십시오 A, 현실 세계에. 」
이 상황이 영화 촬영이나 깜짝 카메라의 일환일 거라 생각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현실 세계라니? 대체 무슨 말이지? 그럼 내가 방금까지 있던 곳이 꿈이라던가 그런 말인가? 너무 진부한 설정이지 않은가. <트루먼 쇼>의 표절도 아니고.
「 A,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일단 포트에서 나오시죠. 」
천장에서 기계팔 같은 것이 내려와 내가 누워있는 상자를 밖으로 꺼내 천천히 내려놓았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자 충격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우리 집보다 더 높은 거대한 서랍장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다.
“이, 이런 건 보통 CG로 처리하지 않나?”
「 A, 그런 생각을 할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건 영화가 아닙니다. 모든 게 현실이죠. 」
눈 모양을 한 정체불명의 그것이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늘어진 거대한 서랍장 같은 것들의 표면이 투명해졌다. 그리고 그 모든 서랍 안에 사람이 들어있는 것이 확실하게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밀랍 인형 같은 것이 아닌 진짜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하, 하하 이거 꿈이지?”
나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내리쳤다. 정말 아팠다. 내가 기억하던 아픔보다도 훨씬 더 선명하게 아픔이 느껴졌다.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몇 번이고 뺨을 때리다가 마구 박치기를 하기 위해 서랍장 같은 것으로 다가가려 했지만, 기계팔 같은 것에 붙잡혀 저지당하고 말았다.
「 A, 이건 영화도, 꿈도 아닙니다. 당신이 해를 입는 것은 있어선 안되는 일입니다. 자해를 멈춰주십시오. 그리고 우리의 말을 들어주십시오. 」
(스토리텔러 : 박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