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91] 20xx : 꿈이었으면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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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눈앞에 나타난 둥둥 떠다니는 눈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내 반응에 놀란 듯 그 눈은 나에게서 떨어졌다.


「 미안합니다. 놀라게 해드릴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 눈은 다시 한 번 방금 말했던 것과 똑같은 것을 말했다.  「 다시 한 번, 어서 오십시오 A, 현실 세계에. 

 이 상황이 영화 촬영이나 깜짝 카메라의 일환일 거라 생각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현실 세계라니? 대체 무슨 말이지? 그럼 내가 방금까지 있던 곳이 꿈이라던가 그런 말인가? 너무 진부한 설정이지 않은가. <트루먼 쇼>의 표절도 아니고.

 

A,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일단 포트에서 나오시죠.

 

 천장에서 기계팔 같은 것이 내려와 내가 누워있는 상자를 밖으로 꺼내 천천히 내려놓았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자 충격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우리 집보다 더 높은 거대한 서랍장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다.

 

, 이런 건 보통 CG로 처리하지 않나?”

 

A, 그런 생각을 할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건 영화가 아닙니다. 모든 게 현실이죠.

 

 눈 모양을 한 정체불명의 그것이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늘어진 거대한 서랍장 같은 것들의 표면이 투명해졌다. 그리고 그 모든 서랍 안에 사람이 들어있는 것이 확실하게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밀랍 인형 같은 것이 아닌 진짜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 하하 이거 꿈이지?”

 

 나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내리쳤다. 정말 아팠다. 내가 기억하던 아픔보다도 훨씬 더 선명하게 아픔이 느껴졌다.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몇 번이고 뺨을 때리다가 마구 박치기를 하기 위해 서랍장 같은 것으로 다가가려 했지만, 기계팔 같은 것에 붙잡혀 저지당하고 말았다.

 

A, 이건 영화도, 꿈도 아닙니다. 당신이 해를 입는 것은 있어선 안되는 일입니다. 자해를 멈춰주십시오. 그리고 우리의 말을 들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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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박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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