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르그는 그날 후로 A의 신변을 정리했다.
A의 실종으로 걱정했을 그의 가족과 친구들, 직장 동료들에게 휴대전화로 전화하여 안심시켰고, 평일이 되자 직장에 나가 얼굴도장을 찍었으며, A에 데이터에 기록 되어있는 그와 나름 친분이 있는 집 근처 사람들과도 대화를 나누었다.
이대로 그의 데이터를 정리해도 문제는 없겠지만. 스와르그는 좀 더 명예로운 죽음을 A에게 안겨주고 싶었다. A는 인류를 구한 인간이니까.
B와 함께 외출하던 날, 스와르그가 계획한 대로 질 나쁜 패거리가 스와르그와 B 주위를 천천히 둘러쌌다. 스와르그가 낙원에서 사라져도 딱히 문제없는 악인들의 뇌를 조정하여 A와 B를 공격하도록 한 것이다. B가 칼에 맞으려던 찰나, A의 모습을 한 스와르그가 그 칼을 대신 맞았고 그대로 쓰러지는 척을 했다. 칼을 쓴 인간들은 마치 공연이 끝난 것처럼 타이밍 좋게 사라져 줬다.
그리고 B는, A의 몸을 붙잡고 패닉이 온 듯 당황하다가 휴대전화를 들어 119를 불렀다. 그 다음에 손으로 A가 칼을 맞은 부위를 압박했다. 지혈하려는 듯하다. 스와르그는 전혀 아프지 않았지만, 몸에서 따뜻한 물을 가득 채운 풍선이 터진 것 같은 감각은 들었다.
현실 세계에서의 A의 죽음과는 전혀 다르지만, 이걸로 A는 낙원 안에서도 영웅이라 불릴 것이다.
스와르그는 A의 목덜미에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B를 바라보았다. B의 뺨에 떨리는 척하는 A의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리고 B를 위해 A가 했을 법한 마지막 사랑을 속삭였다. 마치 인간이 쓴 사랑의 비극과 같은 모습이었다.
A는 마지막까지 당신을 찾았었어. B, 당신이 그 사실을 알면 좋았을 텐데.
평생 그럴 일은 없을 것임을 스와르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스토리텔러 : 박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