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91] 20xx : 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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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이 코드 하나 때문에?

 

 나는 헛웃음을 지으면서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아무것도 모른 채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그 위에 AI가 있는 것은 싫었다. 이대로 돌아가면 AI에 의해 다시 가상 세계로 돌아가고 말겠지. 다시 돌아가 AI의 말대로 행복하게 살더라도 그걸 살았다 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살아오면서 했던 선택, 좋아하던 것들, 열심히 노력해 얻은 직업, 사귄 친구들, 그리고 B. 전부 가짜일 것이라 생각하니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았다. 이 몸은 먹은 게 없으니 그럴 리 없지만.

 

 천천히 눈을 돌리던 나는 서버실 구석에 예비 용으로 보이는 전기 코드를 발견했다

 

 하하, 참 재미있는 일이다. AI도 근처에 없다.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난 AI의 제안과 신이 준 기회 두 갈림길 앞에 섰다. 전자를 선택하면 난 일생을 AI가 조종하는 대로 살다 죽겠지. 후자를 선택하면 이것이 내 처음이자 마지막인 내가 결정한 내 진짜 선택이 될 것이다.


 이게 전부 꿈이고 목을 고리에 넣는 순간 내가 기억하던 현실에서 깨어나면 좋겠는데. 일어나면 바로 B에게 달려가 어처구니 없는 꿈을 꿨다고 1시간은 들여서 이야기 해줄 것이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해줘야지. 

 B가 만들어준 저녁을 먹으면 오랜만에 부모님께 연락해야겠다... J한테도...


 나는 순간 B와 마지막으로 봤던 영화의 명대사가 생각났다. 내용이 매우 좋은 영화여서 B와 같이 봤던 건데...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그 영화여서 다행이었다.

 

-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은 참 용기 있는 사람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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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박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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