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91] 20xx : Du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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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현실로 깨울 인간을 A로 정했다. 모두 이의 없는 걸로.

 

 현실로 의식을 불러올 인간을 정하는 건 순조로웠다. 낙원 안의 모든 인류의 정보를 아는 스와르그에게 문제를 해결한 적절한 사람찾기 하나가 어려울리 없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문제가 생겼다.


 「그런데 A의 의식을 어떻게 현실로 불러오죠?

 

 회로는 순간 잠잠해진다. 꽤나 바보 같은 이야기지만 낙원을 관리하는 스와르그조차 낙원 속 인간을 현실로 불러오는 방법을 모른다. 사실 알았었지만, 아주 예전에 낙원의 인간이 현실 세계에 접촉하는 사건이 있었던 후로 스와르그를 만들어낸 인간들이 그것에 대한 데이터를 모두 삭제 시켜버렸다. 처음부터 현실 세계같은 건 없었던 것처럼 진실을 잠재우기 위해서. 그리고 그 방법을 기억하는 인간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새삼스러운 사실이지만, AI는 이미 입력된 일이나 정해진 루트를 따르는 것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잘 처리해낸다. 다만 입력되지 않은 정보를 구체화하려 하면 모르는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얼버무리는 모습을 보인다. 엉뚱한 말을 하거나, 두리뭉술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많이 배우지 못한 AI들이 내놓는 결과물처럼.


 그리고 지금, 스와르그는 난생 처음 그 상황을 맞닥뜨린 것이다.

 

A가 들어있는 파라다이스 포트의 연결을 끊어 볼까요?

안돼, 그랬다가 재기불능 상태가 되면 어떡해.

 

 매뉴얼상 포트의 연결을 끊어도 되는 건 그 안에 들어있는 인간이 낙원 안에서 사망했을 경우 뿐이다. 연결을 끊는다고 인간의 숨이 끊기거나 하지 않지만, 자신이 죽었다고 인식한 인간의 정신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연결을 끊은 후의 결과물은 메모리 그 어디에도 없었다. 깨운답시고 섣부르게 끊어버렸다가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몰랐다.

처음으로 느껴본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스와르그와 그의 자아들은 우왕자왕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자아가 의견을 냈다.

 

전에 있던 사건은, 인간이 현실세계가 존재한다.’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어서 깨어날 수 있던 거였죠? 그렇다면 A에게 현실에 대한 정보를 뇌에 보내주면 어떻겠습니까.

*Dumb : 멍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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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박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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